콘텐츠 바로가기
콘텐츠 시작

고객센터

공지 및 이벤트

콘텐츠 시작
[세상읽기] 文정부의 ‘착한 길' vs ‘강한 길' [출처: 매일경제 2018.07.2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25 17:43
이전 글[세상읽기] 삶은 달걀로부터 받은 감동 [출처: 매일경제 2018.09.06]2018/09/06
다음 글[클릭 신간] 고전, 결박을 풀다3 [출처: 디지털타임즈 2018/07/03]2018/07/24

1868년 `메이지유신`은 아시아 변방에 불과했던 일본을 순식간에 환골탈태시켰다. 메이지유신의 주인공은 몰락한 사무라이들이었다. 200년간 전쟁 없는 평화기를 보내며 설 자리를 잃고 있던 사무라이들은 당시 집권 세력인 도쿠가와 막부가 서양의 개항 압력에 굴욕적인 개방조약을 맺자 이에 폭발한다. 사무라이들은 `왕을 받들어 오랑캐를 물리친다(尊王壤夷)`는 기치를 걸고 단결했고, 마침내 막부를 무너뜨리고 그 권력을 천황에게 넘기는 데 성공한다(대정봉환·1867년).

 

흥미로운 일은 그다음이다.
오랑캐를 물리치자는 최초의 뜻과 달리 메이지 정부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전면 개국에 나선다. 사무라이들이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는 이들의 칼을 빼앗고(휴도 금지령), 연봉을 공공채권으로 전환했으며(질록처분), 징병제를 도입한다. 사무라이 계급의 신분적 특권을 박탈한 것이다. 유신의 일등공신으로 자부하던 자신들을 정부가 배신하자 사무라이들은 또 한 번 반발한다. 이런 사무라이들을 사무라이 출신들이 냉정하게 진압한다(서남전쟁·1877년). 박훈 서울대 교수는 메이지 정부의 성공 비결을 `사무라이를 배반한 사무라이 정권`이라고 평가한다.

 

메이지 정부는 왜 집권 기반이 흔들리는 위험한 정책을 선택한 걸까?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나라의 미래를 바라보니, 문을 닫아 걸고 지지층을 위한 정책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아닐까? 그 후 메이지 정부는 강력한 기술 도입 및 산업화정책(식산흥업)을 추진해 근대화에 성공한다. 급변하는 세계를 보니 자칫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서, 지지층의 이익 대신 국가 전체의 이익을 선택했던 것이다. 당시 이를 지켜본 한 독일 의사는 이를 `필사의 도약`이라고 불렀다. 메이지 정부의 고민과 결단이 빛나는 대목이다.

 

문재인정부는 `착한 정권`이다. 그동안 소외돼온 계층, 그리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다. 그래서 가진 자들보다는 없는 자들, 힘센 자들보다는 약한 자들을 위한 따뜻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착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점점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고용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드라이브를 걸어봤지만 고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경기 판단에 이용되는 소비자 심리지수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는 지금 깊은 고민 중이다. 지지층에게 공약했던 것처럼 분배위주 정책, 즉 소득주도 정책을 고수하는 `착한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를 없애고 기업과 일자리를 키우는 `강한 길`로 대전환할 것인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것을 보면 `강한 길`로의 정책 전환 분위기가 느껴진다. 150년 전 메이지 정부도 같은 고민을 했다. 지지층에 등을 돌리고, 공약을 변경하는 것이 당장은 배신자가 될 수 있는 `선악의 문제`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국익을 위해 필사의 도약을 성공시켜 강대국 일본의 기초를 닦았다. 문재인정부의 출발점은 노무현정부다. 노무현정부 역시 지지층의 뜻을 거스르는 선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강정해군기지 건설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정부의 고민과 결단이 빛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쟁,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외교·국방 전쟁 등 여러 개의 전선 앞에 서 있다.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문재인정부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착한 길` 대신 `강한 길`을 향한 대담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필사의 노력을 다해 필승하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한양대 특임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URL: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468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