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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뜨거웠던 심판의 시간 끝났다 [출처: 매일경제 2020.04.16]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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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승자와 패자 모두
민심이란 거울에 비친 `민낯`
겸허하고 똑바르게 직시
경제위기 극복에 온힘 합쳐야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은 누구일까. 점심 한 끼를 같이하려면 수십억 원을 기부해야 하는 워런 버핏 회장일까. 청소년들의 우상 '방탄소년단(BTS)'일까.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일까. 필자 생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만나기 힘들고,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을 만나면 새로운 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가장 대표적 사례는 세계 최고의 제조기업 삼성전자를 만든 '이건희 회장'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매출액 240조원에 영업이익 50조원을 넘는 경이적인 실적을 냈지만 신경영을 시작한 1993년에는 매출액이 8조원 수준이었다. 매출 8조원 기업이 25년 만에 영업이익 50조원의 기업이 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바탕에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정말 운 좋게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는 3가지 사건이 있었다고 본다.

첫 번째는 '베스트바이(Best Buy) 사건'이다. 이 회장은 1993년 2월 LA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 순방을 떠난다. 미국 일정 중 유통회사인 베스트바이에 가보니 삼성전자 제품을 진열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추적해 보니 삼성 TV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외면받고 있는 게 아닌가.

통탄할 일이었다. 이 회장은 비로소 삼성 제품의 민낯을 보았고, 그를 통해 너무나 초라한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후쿠다 보고서 사건'이다. 제품 디자인 향상을 위해 일본에서 초빙해 온 후쿠다 씨가 고문직을 사직하며 삼성전자에서 겪은 일을 한 권의 보고서로 전달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에 와서 100가지 제안을 했는데 한 가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가장 우수한 임원들을 삼성전자에 보냈는데, 이들이 전문가 조언을 경청하지 않는 오만하고 배타적인 자세를 가졌던 것이다. 이 회장은 삼성이 키운 인재들의 민낯과 함께 또 한번 초라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세 번째는 '세탁기 공장 불량 사건'이다. 삼성의 사내방송이 충격적인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세탁기가 불량이었다. 당연히 전량 폐기하고 재생산해야 하는데 실무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칼로 부품을 깎아내고, 사포질을 하는 등 눈가림으로 불량을 처리하는 장면이 사내방송에 의해 고발된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처리였고, 더할 수 없이 초라한 모습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이 방송을 본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자'는 신경영을 선언한다. 이렇게 그는 초라한 자신과 만난 후 새 꿈을 정했고, 25년 후 삼성전자는 초일류기업으로 우뚝 섰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민심이 만천하에 위용을 드러냈다. 이제는 승자와 패자 모두가 오만의 자리에서 내려와 민심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만나야 한다.

부끄럽고 초라하지만 자신의 민낯을 직면해야 한다. 만약 그 직면을 피한 채 승리에 도취되거나 패배에 통곡만 하고 만다면 그 정당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으로 초비상이다. 전문가들은 실물시장 위기, 금융위기, 고용위기 등 삼중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싸움은 끝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상대방과 힘을 합해야 한다. 힘을 합하는 출발점은 '나도 옳고, 너도 옳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제대로 그리려면 벽 같은 몸, 기둥 같은 다리, 굴뚝 같은 코 등 각자가 본 내용을 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일어난 일들이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고전5미닛 제작자]

 

출처URL: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4557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