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콘텐츠 시작

고객센터

공지 및 이벤트

콘텐츠 시작
[세상읽기]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정치 [출처: 매일경제 2019.10.3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31 10:55 조회수   439
    이전 글[세상읽기] 선거의 해 2020…리더의 조건 [출처: 매일경제 2019.12.12]2019/12/12
    다음 글[세상읽기] 한나 아렌트가 보내온 경고 [출처: 매일경제 2019.09.19]2019/09/19

    영국의 화폐는 파운드다. 영국 지폐에서 가장 고액권은 50파운드다. 권종 인물은 누구일까? 뜻밖에도 기술자와 기업가다. 증기기관을 만든 기술자 제임스 와트(1736~1819)와 투자자 매슈 볼턴(1728~1809)인데, 바탕에는 그들이 만든 공장 전경과 증기기관 사진이 있다. 아마도 그 둘이 개발한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모태가 됐고 영국의 국부를 엄청나게 키웠기에 선정했을 것이다.

    증기기관의 원천기술은 프랑스의 드니 파팽(1647~1712)이 개발했다. 영국 사람 토머스 뉴커먼(1663~1729)이 그 기술을 가져와 개선했지만 효율이 너무 낮았다. 많은 양의 석탄을 필요로 했기에 석탄광산에서 물을 퍼올리는 용도 외에는 사용이 어려웠다. 뉴커먼 증기기관을 고치기 위해 방문한 글래스고대학의 수리공 제임스 와트는 "이것을 조금만 고치면, 석탄을 반만 때도 힘이 더 나오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그에 공감한 존 로벅(1718~1794)이 투자한다. 하지만 로벅의 회사가 다른 사업에 실패하며 부도가 난다. 증기기관 개발 사업도 중지되었고 좌절한 와트는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구세주가 바로 매슈 볼턴이다. 1769년 와트가 새로운 증기기관 특허를 얻자 그는 이 기술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밑천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로벅의 재정상황이 악화된 것을 알고, 로벅이 자신에게 진 빚 대신 로벅이 가진 증기기관 특허권 지분을 양도받는다. 1775년 합작회사인 '볼턴앤드와트'를 설립했는데 와트의 증기기관특허는 14년의 특허기간 중 이미 절반이 지난 상황이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데,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모든 사람이 똑같이 만들 수 있게 된다니 이 사업에 모든 것을 건 기술자와 투자자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볼턴은 대영제국 의회에 특허권 연장 청원을 한다. 1800년까지 25년간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원이었다. 개별기업을 위해 법이 정한 특허권 기간을 예외로 연장해 달라는,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특혜시비에 휩싸일 경우 해당 의원이나 정당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영제국 의회는 이 청원이 가진 국익 차원의 중요성을 알고 신중하게 검토한다, 그리고 치열한 토론 끝에 근소한 표차로 마침내 증기기관의 특허기간 연장을 승인해 준다.

    증기기관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고, 그것을 통해 산업혁명의 기반을 만든 것은 와트와 볼턴, 두 사람만의 힘이 결코 아니었다. 또 하나의 주체는 바로 대영제국 의회였다. 만약 영국이 와트의 증기기관 특허를 연장해주지 않았다면 어쩌면 산업혁명은 독일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국은 명분을 버리고 국익 차원에서 실리를 택하는 위대한 결정을 하였다. 기업이 전 재산을 바쳐 위험에 도전하면, 국가가 기업을 지켜주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 돕는 정치와 경제의 협력, 바로 이것이 대영제국의 힘이었고, 이것이 대영제국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제국으로 만들었다.

    필자는 김태유 서울대 교수로부터 산업혁명의 역사를 배우고 있다.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산업혁명의 역사를 보면 정치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한 나라는 예외 없이 발전하고, 성공하고, 패권국이 되어 왔다. 또 정치가 명분에 사로잡혀 기업을 옥죄고 방해한 나라는 빈곤한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모든 가치는 기업이 창출하고, 모든 고용도 기업이 창출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이 열심히 협력하여 언젠가 대한민국의 지폐에 기업인이나 기술자의 사진이 등장하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한양대 특임교수]

     

    출처URL: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4454657